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샤바브가 케냐 북동부 가리사
대학에서 벌인 인질극에서 살아남은 학생(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응야요 국제경기장에서 가족들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기장에는 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져 가족들에게 피해 학생들의 생사를 확인해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가 기독교인들을 잇따라 공격하면서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 종교전쟁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소말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샤바브가 지난 2일(현지시간) 케냐 북동부 가리사
대학에서 148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사건은 종교 갈등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난 2월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리비아에서 이집트의 기독교 분파인 콥트교도 21명을 집단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알샤바브
는 4일 “우리는 알라의 허락 아래 너희 정부가 억압을 멈추고 모든 무슬림의 땅이 케냐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날까지 숨진 무슬림
형제들의 복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공격 계획을 밝혔다. IS와 마찬가지로 알샤바브도 기독교 등 타 종교를 가진 사람에
대해 무차별 테러를 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어서 케냐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된 TV 대국민 연설에서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공포하고 알샤바브에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면서 “테러리즘이 종식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생
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학생들의 복장으로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구분해 비무슬림 학생들을 사살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조엘
아요라는 “괴한들이 기독교 예배당에 난입해 인질들을 끌고나오면서 기숙사로 가 무슬림이 아닌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옷장 속에 숨어 있던 신시아 차로티크는 AP통신에 “너무 목이 말라 보디로션을 마시면서 이틀간
견뎠다”고 전했다.
구호단체 국제구호위원회(IRC) 의료요원 르우벤 냐오라는 “인질극이 벌어졌던 강당에 들어섰을 때
모두가 죽은 것처럼 보였으나 우리가 말문을 열자 옷장과 천장에서 학생들이 하나둘 걸어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어떤 학생은 죽은
척하려고 이미 숨진 학우들 사이에서 피를 흠뻑 묻힌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독교인들에 대한 살해 행위를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성금요일 행사에서 케냐 사건을
‘무자비한 잔혹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여전히 우리 형제들이 그들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무장세력에 의한
기독교 탄압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시리아와 터키 접경 마을에서 가톨릭 프란치스코회 신부를 비롯해 기독교도 주민
20여명이 알카에다 연계 무장세력 알누스라전선에 피랍되기도 했다. 이번 총격 사건이 벌어진 케냐에서는 지난해 3월에도
무장괴한들이 케냐 몸바사의 한 교회를 습격, 총격을 가해 2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제 선교단체 ‘오픈도어스’에 따르면 케냐는
올해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가장 심한 50개국 중 19위로 지난해 43위에서 크게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