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소리가 아니다. 겨울철 실내온도가 비만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 역학·공중보건과의 피오나 존슨(Johnson) 박사는 실내온도가 높아지면 우리 몸의 에너지 소모가 감소되고, 열을 만들어 내는 신체기능이 저하돼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1월 26일자)는 "주위 온도와 체중의 상관관계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었다"면서 '비만리뷰(Obesity Reviews)' 최신호에 게재된 피오나 존슨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이 연구의 키워드는 '갈색지방(brown fat)'이다. 갈색을 띠고 있어서 일반적 저장지방인 백색지방 조직과 구별되는 갈색지방은 체온 조절을 위한 산열기관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갈색지방은 추위와 만나야만 활성화된다. 실내온도가 15.5℃ 이하가 되면 신체 내부의 보일러처럼 작동하면서 몸 안의 칼로리를 소비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결국 따뜻한 실내에만 있으면 갈색지방의 에너지 연소 효과가 줄고, 갈색지방도 퇴화돼 우리 몸의 비만을 부추긴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그 증거로 미국과 영국의 집안 온도가 상승하면서 비만율도 함께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경우 1978년 각 가정의 거실 평균온도가 18.3℃지만 2008년엔 21.3℃까지 상승한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침실의 경우 1987년 19.3℃에서 2005년 20℃로 올라갔다. 존슨 박사는 "과거에는 주요 생활공간인 거실에만 히터를 돌렸지만 최근에는 침실, 거실, 화장실 할 것 없이 집안 전체를 따뜻하게 데운다"면서, "걷는 대신 따뜻하게 데워진 자동차를 타는 것, 바깥에서 뛰어놀 시간이 줄어든 아이들 등 높은 실내 온도가 비만을 부른다"고 주장했다.
국내 의학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산 동국대 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있을 수 있는 주장이지만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면서 "낮은 실내온도와 체중 감소의 연관관계는 아주 미미한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세진 비만연구의사회 회장은 "높은 실내온도 못지않게 낮은 실내온도도 사람에게 해롭다. 18~22℃가 적정한 온도"라면서 "실내 온도가 높은 집에 사는 사람이 비만일 확률이 높으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다 뚱뚱하고 주택에 사는 사람은 다 날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용우 리셋의원 비만클리닉 원장은 '갈색지방'의 존재 자체에 회의적이다. "일부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갈색지방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80% 요인은 나쁜 식사습관과 운동부족"이라고 말했다.
존슨 박사도 "비만의 주요 원인은 과식과 운동부족"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갈색지방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갈색지방은 사용(use)하느냐, 퇴화하느냐(lose)의 문제"라면서 "추위에 노출되지 않으면 갈색지방을 잃게 될 것이고 에너지를 연소하는 능력도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갈색지방 연구자인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로널드 칸(Kahn) 교수는 "실내온도 15.5℃인 방안에서 얇은 옷을 걸치고 생활한다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돼 하루 100~200㎉까지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킨다"면서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온도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